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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환학생/교환학생 일기

[독일 교환학생] CBS international food fair: 독일에서 불고기하기

캔비 2018. 9. 25.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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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하고도 이제 3주째다. 헉.. 시간이 왜이렇게 빠른 걸까.

CBS기숙사가 아니라서 외국인 친구와 교류할 길이 거의 없다. 학교에서 마련해주는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는 게 좋은데 나는 그렇게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다... 보통 한국인 애들이 간다고 해야 가고 같이 갈 한국인이 없으면 참여하고 싶어도 안 갔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성격 고쳐야 한다. ㅠㅠ

그러다보니까 벌써 참여하지 않은 행사만 두개.. 지금까지 행사가 3개 있었던 거 생각하면 두 번 빠진 건 진짜 많이 빠진 거다.

9월 12일은 international food fair였다. 각 나라 음식 가져와서 외국인 학생들과 나눠먹는 행사다..ㅋㅋ 우리 한국인들은 나포함 총 6명인데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들 들어보면 각자 사연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이러다가 진짜 아무 추억 없이 귀국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일단 혼자라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여기 있다보니까 '교환학생인데..!'라는 생각에 평소에 시도할 생각조차 안 하던 걸 고려대상에 넣게 된다. 그 과정은 참 불편하다. 용기가 필요한 활동이었으니 평소에 잘 안 했던 거고. 그걸 하려고 하니 용기를 내야 해서 참 불편한 거고...

어쨌든 여기 있으면 '인생은 혼자'라는 말이 참 와닿는다. 보통 만나는 사람들은 잠깐 만나는 사이였을 뿐이어서 의지할 데가 없다. 또한 평소에는 언니나.. 주변 사람들 도움 받으며 지내왔는데 여기서는 혼자 다 해결해야 하는 거고. 게다가 처음부터 나 혼자 해결해야지 하는 오기 때문에 굳이 도움 안 받고 혼자 다 하다보니 이제는 내 일은 내가 제일 잘 아는 지경에 이르러서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다..ㅋㅋ

 


요리의 ㅇ자도 모르던 내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음식을 대접..해..? ㅋㅋㅋ 사실 이 행사야말로 요리 할 줄 아는 한국인 친구가 필요한 행사지만.. 인생은 혼자니까 ㅋㅋ 혼자 하기로 했다. 내 컨트롤 밖에 있는 것은 깔끔하게 미련을 버리는 걸로.

1. 불고기 소스

소스 만드는 법을 인터넷으로 엄청 검색해봤다. 근데.. 간장에 참기름이랑.. 굴소스랑.. 하.. 4개월 남았는데 살 재료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도 내가 제대로 된 맛을 낼지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학교 근처의 한인마트로 고고. (hana korea market 이곳 사장님이 인자하셔서.. 앞으로 자주 갈 거다..ㅎ 엄마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들를거다.) 거기 가보니 불고기소스를 완제품으로 팔길래 그냥 그걸 샀다. 2.9유로! 요리초짜한테는 차라리 이게 훨씬 나을 거 같다. 다음 기회에 재료가 있다면 직접 만들어봐야지!!

 

2. 불고기용 고기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안 먹는 친구를 만나고 난 뒤로 돼지고기는 대접용 메뉴에서 제외..^^ 무조건 소고기로 하기로 했다.

근데 불고기용 얇디 얇은 고기가.. 독일에는 없다. REWE에 가서 소고기 사면서 얇게(thin) 잘라달라고 하니까 지렁이처럼 잘라주셨다..후... 내가 기다랗게 말고 페이퍼처럼 잘라달라 하니까 단호하게 우리는 그런 거 못한다고..ㅎㅎ 그래서 내가 잘라볼 요량으로 일단 알겠다고 하고 사갔다. 근데.. 이미 잘라진 고기를 더 얇게 자르기가 참.. 힘들었다. 결국 페이퍼처럼 자르기 실패. 

혹시 몰라서 그래도 이 두꺼운 고기로 불고기를 해봤다. 결과는 대실패..ㅋㅋ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야~

영국여행 전에 고기반찬만 주구장창 먹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또한 인터넷에서 키위를 갈아넣으니 맛있다고 했는데 나는 믹서기가 없어서 으깨서 넣었더니.. 키위 식감이 그대로 느껴져서 더 별로였다.. 그래서 그냥 빼기로 했다.

한인마트의 불고기용 얇은 고기는 1kg에 17.5유로.. 이쯤 됐을 때 현타가 왔다. 이렇게까지 거금을 들여가면서 해야되나 싶기도 하고.. 혼자 준비하기 슬슬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순간 또다른 한국인 친구한테서 연락왔는데 이 친구도 참여할지 말지 고민하는 듯했다. 일단 할 생각있으면 연락달라고 한 뒤에 인터넷으로 좀 더 검색했더니 REWE 같은 데서 파는 다진 소고기로도 불고기맛을 낼 수 있단다. 이미 다진 소고기로 불고기를 만들어서 행사에 들고 갔다는 다른 교환학생 경험담도 있고.. 그래, 이거로 해야지. 결정했다.

그래서 다진소고기에 양파, 당근, 버섯을 썰어넣은 독일 현지에 최적화된 불고기를 완성했다!

 

 

먼저 간 맞는지  보려고 처음에는 이렇게 소심할 정도로 조금만 해봤는데 너무 짜서 ㅋㅋㅋ 다시 소스 양을 조절했더니 완전 딱 알맞고 좋았다. 다행이었다. 처음부터 소스를 들이붓지 않은 게 신의 한수였다.

 


그리고 드디어 푸드페어 날이 왔다. 예상과 달리 한국인 친구가 세 명이나 와줘서 더 재밌었다.

나는 불고기, 다른 친구들은 양념삼겹살 같은 제육볶음을 해왔다. 시간이 없었을텐데 그 안에 요리를 해와서 같이 즐길 수 있게 되어 좋았다.

한국테이블!!

사진에는 안 찍혔는데 또다른 불고기가 있었다. 누구 꺼일까.. 내가 아는 한국인 중에는 저걸 만든 애가 없었는데.. 숨은 한국인이 또 있는 것일까

오른쪽은 멕시코음식 ㅋㅋ 과자에 티피컬 멕시칸소스를 가져와서 뿌렸다. 그리고 샐러드 같은 거도 더 있구?ㅋㅋㅋ 얘네 상탔는데 이해 안된다ㅠㅠ 우리가 훨씬 더 손 많이 가고 맛있는 음식들이었는데 ㅎㅎ..

그외 다양한 나라 음식들! 태국애들이 완전 스파이시한 볶음밥을 가져왔는데 진짜 깜짝 놀랄 맛이었다.

 

 

푸짐하게 음식 담아와서 같이 먹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음식은 프랑스 레몬케잌이랑 브라질 티피컬 간식. 레몬케잌은 예쁘게 생겨서 기대했는데 너무 달아서 기억에 남았고 브라질 간식은 내 취향이라서 기억에 남았다. ㅎㅎ

 

그리고 다 비워진 한국음식들! 어떤 애가 불고기 맛있다고 나한테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봤다! ㅎ 뿌듯..ㅎㅎ 또한 이번 기회에 다진고기로도 싸고 푸짐한 반찬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너무나도 좋았다.

 

코리안 부스 옆에 있던 인디안 남자애는 혼자 온 것 같은데 혼자서도 사람들한테 먹어보라고 권하고 그걸 동영상으로 담아서 페북에도 올리는 등 참 적극적으로 인도음식을 소개했다. 나였다면.. 그렇게 잘 못했을 것 같은데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본받고 싶다.

 

 

그리고 버디를 처음으로 만났다. 착하게 잘 대해줘서 좋은 버디 만났다! 고 생각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밥 한 번 같이 먹고 싶다고 하니까 바로 연락 두절.. 잠수탔다. 이런 식으로 잠수타는 버디가 한둘이 아닌 것 같다. 그럴거면 왜 버디를 하겠다고 나선 건지 당췌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내 버디는 걍 없었던 걸로^^

 

*긍정 3줄

원래 먼저 행사를 같이 하자고 나서는 캐릭터가 아닌데 평소와 달리 친구들을 설득해서 같이 참여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나라 음식들을 맛보기도 해서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웠던 하루였다. 물론 만드는 과정이 참 걱정스럽고 외롭기도 했지만 어쨌든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덜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불고기도 만들 줄 알게 되었고 게다가 맛있다고 칭찬도 받았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닌 행사였지만 남는 것도 많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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