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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환학생/교환학생 일기

[독일 교환학생] 교환학생 생활이 외로운 이들에게 To those who are lonely exchange students

캔비 2018. 10. 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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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소소한 일상도 글을 남기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미루다가 결국 안 쓰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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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해외생활이 처음인 교환학생들은 이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외로울 것이다.

나는 내가 그리던 이상과 달리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많이 우울하고 힘들었다. 특히 한국에 있었을 때 외국인만 보면 도망다니느라 바빴을 만큼 영어에 대한 공포증이 심했기에 영어로만 대화를 하는 자리 자체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러다보니 친구를 사귀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사람 만나는 자리를 피하게 되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영어가 부족해 자신감이 떨어져있었던 상태였기에 친구 사귀는 데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를 몇 명 사귈 수 있게 됐다. 8월 말에 학기가 시작됐지만 '친구'라는 게 생겼음을 10월 말에야 느끼게 됐다. 그 사이  두 달이 많이 외롭고 우울했던 걸 부정하지는 않겠다.

두 달만에 영어회화실력도 꽤 많이 늘었다. 한국에 있을 때 외국인 만나는 걸 두려워 말걸.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느는 게 또 영어회화였는데.

ground floor에 사는 독일인 친구 stefan, 옆방에 사는 중국인-이탈리안 친구 Shupei, 방글라데시 친구 Faisal, CBS 인도네시아 친구 Felisia, mega, 베트남-핀란드 친구 Uyen..... 지금 떠오르는 외국인 친구들이다. 같이 음식도 교환하고 커피도 마시고 파티도 가고 소도시 여행도 다녔던 친구들이다.

외로운 순간 함께 했던 친구들이다.

 

내 경험상 성공적인 교환학생 생활을 보내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2. 영어회화공부를 좀 해놔라.

첫 번째 조건은 교환학생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세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그렇게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냥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 과정일 뿐이고 좀 안 맞는다고 해서 그게 내 탓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만남이 지치고 새로운 생활이 힘들다고 해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언어가 안 되면 아무리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어도 적응하는 데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 영어회화공부를 하도록.

그리고 덧붙이자면, 혼자있는 시간을 두려워 말기를. 혼자만의 시간을 황금 같은 시간으로 여기자. 나 자신을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외로움이 나쁜 감정이 아님을 알았으면. 나처럼 우울함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혼자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날것' 그대로를 마주하게 됐다.

나는 참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줘도 항상 내 약점부터 눈에 들어오고 사람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보면 떠날까봐 불안했다. 그래서 내 진짜 모습을 감주고 사회생활을 위한 페르소나를 만들고 '또 다른 나'로서 지내왔다.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 친구들이 나를 안 좋게 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앞서 약간은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나를 덜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새로운 외국인 친구는 두말 할 것도 없다. 영어가 안 되니 오랜 관계를 지속하기가 힘들었다.

 

1.

최근에 헬로톡을 다시 시작했다. 헬로톡을 통해 쾰른에 사는 다양한 독일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 만난 사람과 있었던 일화를 얘기하고 싶다. 그분은 한국계 독일인이었다. 하필 다운돼 있었을 때 그분한테서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게 됐다. 농담으로 사람을 재밌게 해주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참 매력젹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사람과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 됐다. 나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한다고 하니까 그사람이 What's the problem with you? You look beautiful! I don't know what the problem is...... Ah! I know one. You have low self confidence. 라고 대답했다. 자신감이 결여된 말을 들은 순간 내가 얼마나 매력 없어보였을까?

나 자신을 사랑하라...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나 자신이 별로라고 생각한다면, 관계가 망가졌을 때 그게 모두 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하게 된다. 주변 눈치를 보고 당연히 사람들을 끄는 매력 같은 건 꿈에도 못 꾼다. 그런 내 모습이 좋아 보일리가 없다. 헬로톡에서 만난 독일 친구처럼 찢어져라 웃고 자기를 사랑하면서 살아가기도 바쁜 인생인데 언제까지 나 자신을 깎아내리고 나보다 주변 시선을 먼저 생각하는 데 시간을 보내면서 살아야 할까.

 

2.

오늘 아침에는 동아리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실 대학생활 중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건 아니다. 그사람을 처음 알게 된 때도 2016년이었고 2017년 1학기가 돼서야 친해졌던..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2학기 때는 내가 휴학을 했고 .. 친했지만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있다. 그사람은 나의 페르소나 뒤 진짜 모습을 발견했고, 나를 좋아해주고 있다. 나도 그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외로운 순간 나에게 전화를 걸고 나와 얘기하는 게 편한 사람이 있다. 나의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 내가 물론 빵빵 터지는 유머러스한 사람도 아니고 박학다식한 사람도 아니지만 말을 잘 들어주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내 곁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

내가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 자신감을 가지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지내는 것만으로도 짧은 인생이라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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